형, 어제는 너무 지독한 꿈을 꿨어요.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꿈이었어요. 나약한 그리움만이 텅 빈 마음을 떠도는 꿈이었어요. 형이 나왔거든요. 그 뜨겁고 더운 숨들이 가득 차 있던 자리에 꼭 형이 있었거든요. 눈을 감을 때마다 물기 어린 얼굴로 간신히 나를 바라보던 형이 떠올라요. 내 팔을 붙잡고 애타게 호흡하던 낮은 목소리가 떠올라요. 당장이라도 형과 ...
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. 우리가 그토록 무모한 여행을 떠났던 날도 이렇게 비가 내리던 날이었지. 사실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.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는 도망쳤었다.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 새벽의 빗길이 이끄는 곳으로 단지 달려갔었다. 볼품없이 낡아 버린 고동색 짐가방 세 개와 함께. 그때 우리는 비에 젖은 것인지, 불안에 젖은 것인지도 알...
11월 14일 목요일 김종인이 울었다. 마카롱을 만들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찾아오더니 도중엔 울어버렸다. 결국 마카롱은 나 혼자 만들었다. 왜 울었는지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. 김종인의 감정을 좌우하는 건 대부분 한 사람의 탓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. 김종인은 그렇게 멀거니 서서 박찬열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만 여러번 뱉어냈다. 마카롱을 만들고 싶...
사랑하는 마음을 접는 게, 그리고 접게 만드는 게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. 나와 함께 있으면 너는 언제나 죄인이기만 할 테니까. 네가 아버지를 죽였다고, 네가 감히 형제인 나를 사랑한다고. 그 모든 건 네 죄가 아님에도, 그 모든 건 네 죄가 될 것이다. 우리는 단지 사랑했지만,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받을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다...
아빠랑 잠깐 마트 다녀올 거야. 세훈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 올 거고. 그러니까 엄마 올 때까지 여기 얌전히 앉아있어? 나는 아직도 그 나긋하고 다정했던 음성과 표정들을 잊지 못한다. 그녀는 단 한 번도 내게 다정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. 밥을 굶기거나 폭언을 하지 않으면 그저 다행인 사이일 뿐이었지, 따뜻함 따위가 당연한 사이가 아니었다. 그녀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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